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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를 넘어선 ‘민노당 가입 검사’ 단죄 |
검사가 임용 전 정당에 가입한 게 과연 기소의 대상이 될 정도로 심각한 범죄행위인가. 부산지검이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졌다는 이유로 현직 검사를 기소한 사건을 접하면서 드는 첫번째 의문이다.
물론 해당 검사의 행위는 형식상으로는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한 실정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민노당 등에 가입한 시점은 2004년 3월로 검사 임용(2011년 2월)보다 훨씬 전이다. 마지막 당비를 낸 것도 2006년 2월이니 검사로 임용될 당시에는 이미 당원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또 자신의 부주의를 인정하고 탈당계까지 냈으니 경고나 견책 등의 징계조처로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하고 거부하자 기소를 강행했다. 심각한 국가형벌권의 남용이 아닐 수 없다.
부산지검은 ‘검사에게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말하지만 지금까지의 검찰 행태를 돌아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설명이다. 떡값 검사, 스폰서 검사 등 그동안 숱하게 제기된 검찰 비리에 검찰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예를 보지 못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당장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로 하면 검찰총수가 아니라 사법처리 대상이 돼야 마땅한데도 검찰에서 그런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검찰이 그동안 보인 정치적 편향성에 비춰 볼 때 평검사의 당적 보유를 문제 삼을 자격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으로 민감한 각종 사건들의 처리 결과를 보면 검찰 수뇌부는 형식적으로만 한나라당의 당적을 갖지 않았을 뿐 열렬한 ‘비밀 당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검찰은 민노당 가입 검사를 단죄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정치적 중립성 실종부터 반성할 일이다.
이번 사건에 호들갑을 떠는 일부 수구언론의 행태는 더욱 꼴불견이다. 민주노동당은 외교안보, 통일 등 각종 정책에서 현재의 집권당과 많이 다르지만 엄연히 국회에 의석을 갖고 있는 합법적인 정당이다. 그런데도 일부 수구언론은 민노당이 마치 반국가단체라도 되는 것처럼 이번 사건에 “나라의 목줄기에 비수가 꽂혀 있는 것과 마찬가지” 따위의 비난을 가하고 나섰다. 민노당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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