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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1 19:09 수정 : 2011.08.11 21:47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원천적인 불평등 조항을 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의회가 심의중인 이행법률안에서 협정의 법적 지위가 우리와 다름이 확인된 것이다. 협정에 대해 우리나라는 국내 법률에 우선하는 지위를 부여한 반면, 미국은 연방 법률은 물론 각 주의 법률보다 아래의 지위에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불평등한 협정은 폐기되거나 재협상을 통해 수정돼야 한다.

국제 조약의 권리와 의무는 조약 당사국에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나라마다 달리 적용되면 평등한 조약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곳곳에 불평등 조항을 담고 있다. 우선 전문에서부터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미합중국에 있어서와 같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넣어 차별 대우를 인정하고 있다. 한국의 투자자는 미국의 연방 법률에 따라 제약을 받을 수 있는 반면, 한국은 협정으로 약속한 미국 투자자의 권리를 국내 법률로 규제할 경우 협정 위반이 된다.

금융거래와 서비스시장, 공공조달시장 접근에서도 차별을 두고 있다. 미국은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 권한을 대부분 각 주의 정부에서 쥐고 있는데, 협정은 50개 미국 주 정부의 규제 권한을 포괄적으로 허용한다. 가령 주 정부가 한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아도 자체 법적 근거만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협정에서 ‘불합치’(유보) 항목으로 열거한 사안이 아니면 정부를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 심지어 법원까지도 미국 기업을 규제할 수 없다.

우리 헌법은 대외 통상조약이 국회 비준동의를 받으면 특별법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 협정이 발효되면 이와 충돌하는 현행 국내 법률 조항은 모두 무효가 된다. 앞으로도 협정과 충돌하는 법률이나 제도를 도입하면 미국 투자자가 소송을 걸 수 있다. 실제로 외교통상부는 벌써 협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 등의 개정에 제동을 걸고 있다. 아직 발효되지도 않은 협정이 국회 입법권을 제약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8월 임시국회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비준동의 절차를 밟겠다고 한다. 그 전에 협정의 심한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부터 내놓아야 한다. 이대로 협정을 통과시키면 주권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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