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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의 유치한 인터넷여론 통제 |
청와대가 ‘쥐박이’와 ‘명박이’로 시작되는 인터넷 주소(도메인)를 일괄등록해 독점한 사실이 드러나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사실은 소설가 이성국(39)씨가 우리 사회를 풍자하는 소설을 연재하려고 ‘쥐박이’라는 이름을 붙여 누리집을 만들려다 이미 청와대가 지난해 1월 등록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청와대가 ‘쥐박이.com’ 등의 도메인을 ‘알박기’한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을 빗대 ‘쥐박이’니 ‘명박이’니 하며 조롱하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고 기분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비판의 마당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문제가 될 만한 도메인을 미리 선점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도메인 우선 등록주의’의 허점을 틈타 도메인을 사전 싹쓸이한 것은 누가 봐도 부당하다. 물론 인터넷상에는 직설적인 표현을 동원해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들도 많고, 그중에는 도가 지나친 내용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를 청와대나 정부가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인터넷에서 원하는 정보가 어디 있는지를 빨리 찾아가게 하는 이정표인 도메인은 어떤 경우에도 공정하게 운영돼야 하며 국가도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스스로 부끄러웠는지 지난 12일 <인터넷 한겨레>의 보도가 나간 뒤 도메인 등록인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모두 삭제했다고 한다.
국경이 없고 기술이 광속으로 바뀌는 인터넷의 특성상 여론 통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도 이제는 이런 유치한 방식까지 동원해 인터넷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거두어들여야 한다. 청와대가 안간힘을 쓸수록 국민과의 소통 창구만 좁아지고 ‘비판에 눈 가리고 귀 막은 정부’라는 비판만 쏟아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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