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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부의 보수 편향을 우려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양승태 전 대법관을 새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적잖다. 이 정부 들어 지명된 대법관 7명이 대부분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대법원장 후보자마저 보수색 짙은 인사가 지명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보수 편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양 후보자는 그간의 판결 내용 등에 비추어 보수적인 성향으로 분류된다. 특히 양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취임할 경우 이 대통령 임기 중에 6명의 대법관을 제청하게 돼 있어 대법원 구성이 보수 일변도로 흐르지 않을까 매우 걱정스럽다. 참여정부에서 일부 진보성향 대법관 발탁으로 과거 보수의 아성이었던 대법원에 부족하지만 나름 균형이 갖춰졌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대 출신과 법관 경력의 남성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 3명 지명권, 2500여명에 이르는 법관에 대한 인사권도 갖는다. 대법원의 보수화는 사법부 전체의 보수화로 이어져 자칫 사회 전체의 흐름과 동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양 후보자와 법원 전체가 이런 비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양 후보자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법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편파적으로 선거를 관리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들에 의해 고발까지 당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선관위는 4대강 사업 반대나 무상급식 홍보는 금지하면서 정부의 4대강 사업 홍보 광고는 제재하지 않는 등 정부여당을 편들었다. 무상급식 홍보에 나선 사람들에 대해 선관위가 고발까지 했으나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난 것을 보면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틀렸다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점들에 비춰 그가 과연 사법부가 당면한 여러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적임인지 회의적이다. 사법개혁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다. 현 정부 들어 인권상황이 열악해지고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데는 법원의 책임도 크다. 정권의 시녀가 돼버린 검찰을 견제하는 것은 법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양 후보자에게 대법관과 중앙선관위원장 때보다 더욱 엄격한 청문회가 필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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