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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9 18:59 수정 : 2011.08.19 22:08

농협을 비롯한 몇몇 시중은행들이 엊그제부터 일방적으로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바람에 은행 대출창구가 큰 혼란에 빠졌다. 대출 중단 조처의 배경을 놓고 금융당국과 해당 은행들은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출 수요자들만 궁지에 몰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어제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을 재개하도록 지침을 내렸지만 일선 창구에선 거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대부분의 대출을 이달 말까지 중단해야 하는 이유로 금융위원회의 ‘지도’를 내세웠다. 지난 10일 금융위 간부가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월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을 0.6% 이내로 맞추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월 대비 대출 증가율이 이미 0.6%를 넘어선 은행들부터 실제로 대출 중단에 들어갔다. 일부 은행들은 대출 만기연장까지 거부하는 등 극단적인 조처를 내렸다.

이 때문에 갑자기 돈줄이 막힌 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자 금융위 산하기관인 금감원이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지만, 은행권에서는 “서로 다른 지시를 하는데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 간 엇박자가 감독시스템의 ‘작동 불능’을 야기한 셈이다. 금융시장에서 감독시스템의 고장은 가계대출 급증 못지않은 위험요소다.

금융당국의 지시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은행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예고도 없이, 그것도 전면적으로 대출을 중단하는 것은 신용이 낮은 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안기는 행위다. 은행들이 마음만 먹으면 감독기관의 방침에 최대한 협조하면서도 대출 고객의 편의를 봐줄 수 있는 길은 있다. 더욱이 은행 스스로 특정 업무를 중단하는 것은 명백한 현행 은행법 위반이다.

가계부실 문제가 위험수위에 이른 데는 무엇보다 은행들의 책임이 크다. 시중은행들은 장기 저금리의 혜택을 잔뜩 누리면서 가계한테는 상환능력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대출 확대 경쟁을 벌여왔다. 그것도 대부분 변동금리인데다 만기가 되면 일시에 상환하는 방식의 대출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까지 가계에 떠넘겼다. ‘가계부실’이라는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게 하려면 이제부터라도 은행들은 이런 약탈적 대출관행을 멈춰야 한다. 아울러 금융당국도 더 세련되고 실효성 있는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회의를 소집하거나 전화를 돌려 ‘지도’하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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