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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카다피 정권의 붕괴와 중동 민주화 진전 |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지도자에 맞서는 리비아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 주요 지역을 장악했다고 한다. 카다피 쪽이 반격을 펴고 있지만 상황을 뒤집긴 어려워 보인다. 6개월 전 시작한 민주화 시위가 내전으로 비화했다가 결국 42년 지속된 권위주의 체제를 종식시키기에 이르렀다.
1969년 스물일곱살 나이로 쿠데타에 성공한 카다피는 애초 이집트의 지도자 가말 압델 나세르의 범아랍주의와 반식민주의 노선을 추종했다. 그는 영국과 미국의 군사기지를 철폐했으며 외국 자본을 추방하고 석유자원을 국유화했다. 또한 이슬람 공동체를 토대로 독자적인 직접민주제 시행을 선언했다. 카다피는 1970~80년대 서방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상징적 구심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1인 독재 장기화와 함께 체제의 모순은 날로 깊어졌다. 부패와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면서 카다피가 직접민주제의 주체라고 칭했던 민중들로부터 저항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초 리비아 정부는 중화기와 저격수를 민주화 시위 진압에 투입했고 나중에는 공군기로 비무장 민간인을 공습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몇백명이 숨졌다고 한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민을 무자비하게 살상한 처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카다피 정권의 붕괴는 중동 민주화의 중대한 진전으로 적극 평가해야 한다.
중동에서는 지난 1월 튀니지의 벤 알리 정권이 무너졌고, 2월에는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졌다. 시리아와 예멘, 바레인에서도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중동 민주화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자유 확대 차원에서 주목할 일이다. 친서방이든 반서방이든 가릴 것 없이 권위주의 정권과 그 독재자들이 잇따라 쫓겨나는 흐름 자체에 의미가 있다. 특히 리비아 이상으로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살상하고 있는 시리아 정부의 만행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리비아 사태는 국제사회의 개입 방식과 관련한 논쟁점도 던졌다. 유엔은 리비아 정부군의 공격으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개입을 결의했다. 하지만 나토 연합군은 민주화 운동이 내전으로 성격이 바뀐 가운데 내전의 한쪽 당사자를 공공연히 군사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과잉 개입 시비를 불렀다. 카다피 이후 체제를 논의하는 단계에서라도 리비아 국민들이 중심이 되도록 하고 국제사회는 역할을 주의 깊게 조절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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