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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제적 흐름으로 떠오르는 부자증세 |
미국 ‘슈퍼부자’들에 이어 프랑스 거부들이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세금을 더 내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촉발한 자발적 부자증세론이 국제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는 양상이다.
프랑스 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에 어제 연명으로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낼 수 있도록 특별기부를 신설해달라”는 내용의 기고를 한 이들은 로레알의 최대주주인 릴리안 베탕쿠르를 비롯한 프랑스의 대표적 부호 16명이다. 이들이 기고문에서 밝힌 메시지는 간명하다. 정부부채가 커져 프랑스와 유럽의 운명이 위협받고 있는데, 프랑스와 유럽의 시스템에서 혜택을 많이 받은 자신들이 재정적자 개선 노력에 마땅히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는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일부 부자감세 조항을 철폐하려는 프랑스 정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국제적 흐름이 이런데도 한국은 영 딴판이다. 재정적자 타령은 넘쳐나지만 부자증세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사회적 책임의식이 있는 부자는 하나도 없다. 정부 역시 내년에 소득세·법인세율을 추가로 인하하지 않으면 4조원 이상 세수가 확보되는데도 엉뚱하게 재정악화의 책임을 복지지출 탓으로 돌리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와 재정건전성 확보는 부자감세와 동시에 달성될 수 없다. 외국 부호들의 자발적 부자증세론은 이런 진리와 함께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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