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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러 가스관 건설, 적극 검토할 만하다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그제 정상회담에서 남-북-러를 잇는 가스관 건설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조만간 장관급 경제공동위원회를 통해 후속 방침을 논의한 뒤, 남-북-러 3자 위원회 발족을 남쪽에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은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할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008년 9월 러시아 천연가스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을 함께 추진하기로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 사업은 러시아와 남북한 모두한테 이익이 된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판로를 넓힐 수 있고 남한은 해상 운송에 비해 30~70% 싼값으로 가스를 들여올 수 있다. 북한은 해마다 1억달러 이상의 가스 통과료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다만 당시에는 북한의 반응이 없었던 데 비해, 이번에 북한 쪽의 지지 의사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최근의 경색된 남북관계로 볼 때 사업의 현실성을 걱정할 수는 있다. 가령 북한이 정치적 갈등이 있을 때 멋대로 가스관을 막아버릴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그러나 가스관을 일단 설치해 운영에 들어가면 북쪽이 자신의 것도 아닌 러시아 천연가스에 함부로 손을 대긴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외국 투자를 유치해 경제특구 등을 활성화하려고 애쓰는 움직임에 비춰봐도 그것은 지나친 걱정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주요 우방인 러시아가 의지를 갖고 추진한다는 사실이 사업의 안전성을 국제적으로 담보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2008년에 한-러 정상이 양해각서를 맺을 때도 이런 판단은 했을 것 아닌가.
어제 정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사업이 추진되려면 남북 간 신뢰가 필요하다”며 소극적인 의견을 밝혔다. 결국 핵문제나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해결된 다음에야 대규모 경제협력을 할 수 있다는 기왕의 태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옳지 않다. 그런 경직된 태도 때문에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으며,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에서 남쪽의 처지도 궁색해졌다. 지금은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경제적 타당성과 남북관계 복원의 매개고리 가능성을 함께 지닌 남-북-러 가스관 사업을 적극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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