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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26 19:11 수정 : 2011.08.26 19:11

육상은 정직하다. 기교도, 눈속임도 없다. 재주 부리지도, 현혹하지도 않는다. 비약도 없거니와 요행도 없다. 선수들은 오로지 땀으로 말하고, 몸으로 한계에 도전한다. 육상이 감동적인 까닭이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오늘 개막한다. 여름올림픽, 월드컵 축구대회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는 행사다. 세 대회를 모두 연 나라는 지금까지 6개국뿐이니, 한국이 7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주최도시 대구는 물론 대한민국의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 것 같다.

이번 대회는 참가국만 해도 212개국으로 역대 최고다. 선수 3500여명에 선수단 관계자까지 합치면 6000여명에 이른다. 화합과 결속의 지구촌 제전으로서 손색이 없다. 선수 중에는 우사인 볼트, 류샹, 옐레나 이신바예바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있지만, 의족의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나 시각장애인 단거리 선수 제이슨 스미스 등 인간 승리의 주역들도 있다. 오로지 땀과 열정으로 한계를 극복한 그들은 트랙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께름칙한 게 없는 것도 아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 육상의 현실이 그것이다. 마라톤 이외에는 자랑할 만한 선수도 기록도 없다. 대중적 인기와 흥행에 연연해 구기 종목만 육성한 까닭이다. 초·중·고교에서마저 육상은 찬밥이니, 이 대회를 유치하고서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내용보다 포장, 기초보다 기교, 장기적 토대보다 반짝 효용을 중시하는 풍토 탓일 게다. 이런 토양에서라면 구기 종목이라고 발전할 리 없다. 이번 대회가 스포츠계는 물론 우리 사회가 기본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부 지원이나 국민적 관심은 기대 이하였다. 겨울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정부와 재계가 벌인 총력전을 보면서 대구시민은 상실감이 상당히 컸다고 한다. 그럼에도 발벗고 나섰고, 그 결과 몬도트랙, 음향시설, 전광판 등에서 세계 최고의 시설을 갖출 수 있었다. 예매율도 100%에 육박해 ‘텅 빈 스타디움’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다. 월드컵 경기장 재활용, 아파트형 선수촌 등으로 알뜰 대회의 모범이 되기도 했다.

준비는 됐다. 이제 멋진 경기 운영과 친절한 시민정신으로 70억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으면 된다. 온 국민이 성원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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