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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디어렙 입법, 여당은 꼼수 버리고 정도 걷기를 |
올해 연말 출범한다는 조·중·동 등 신문재벌들의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광고 직거래 저지 운동이 70여개 언론사가 총파업까지 벌이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그럼에도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 제정이 진척될 기미는 없다. 종편으로 독점적 지위를 한층 더 강화하게 될 재벌언론사들은 권력의 호위 아래 눈도 깜짝하지 않고 이미 광고 직거래 준비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여야는 8월 임시국회 중 사실상 회기가 끝나는 29일에야 이 문제를 다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법안심사소위를 처음 소집하지만, 임시국회 회기 내 법안 처리는 물론이고 인사청문회에 국정감사까지 열릴 9월 정기국회도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 이대로 가면 차일피일 논의를 미루며 사실상의 입법저지전략을 구사해온 한나라당의 계산대로 ‘시간이 없다’는 구실을 앞세운 종편사들의 광고 직거래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광고 직거래를 하게 되면, 권·언·재계 유착 속에 이미 언론시장의 75% 이상을 장악한 종편사들이 광고시장까지 독점해 기사와 광고를 맞바꾸는 거래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독립적인 중소언론과 지역언론들은 설 자리를 잃거나 자본·권력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것이다. 약육강식의 이런 무법천지에서는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 다양성, 그리고 민주주의가 급속히 파괴될 것이다.
미디어렙 법은 바로 이런 위험한 사회로의 전락을 막기 위해 광고를 판매대행사에 맡겨 종편사와 자본이 직접 결탁하기 어렵게 일종의 차단막을 설정하는 것이다. 지당하고 효과 또한 명백한 이 장치를 한나라당이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 기습처리와 불법도청 등으로 초점을 흐리더니 불법 혐의 속에 자리를 계속 비운 한선교 위원장의 부재조차 지연작전에 활용했다. 민주당 역시 전략 부재와 안이한 대처로 비판을 면하기 어렵지만 소수당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열쇠를 쥐고 있는 건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두 차례의 지방선거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등 잇따른 선거 참패로 내년 총선과 대선 전망까지 어두워진 위기상황이 바로 그런 당리당략 차원의 계산에 대한 민심의 거부감 때문임을 직시해야 한다. 장기집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언론공작은 오히려 그 기반을 허물어뜨릴 것이다. 꼼수가 아닌 정도를 걷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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