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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저축은행 비리 몸통 이번엔 밝혀내야 |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사건과 관련해 캐나다로 도피했던 거물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엊그제 자진 입국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졸속수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로서는 명예를 걸고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지 않으면 안 될 중대 국면에 섰다.
그동안 대검 중수부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 등 60여명을 기소했지만 정작 몸통이라고 할 만한 인물은 밝혀내지 못했다. 여권 핵심 인사들을 의식해 피해간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무능한 것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수부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씨는 못 데려오는 것이냐, 안 데려오는 것이냐”고 질타할 정도로 검찰 체면이 말이 아닌 상태다.
검찰은 이미 구속된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한테서 박씨에게 로비 명목으로 최소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박씨가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한테서 지난해 7월6일과 13일 서울 삼성동 ㅇ호텔 옆 커피숍에서 돈가방을 받았고, 검찰이 전달한 사람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고까지 자세히 공개했다.
문제는 과연 검찰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느냐 하는 점이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 쪽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6월 삼성꿈나무장학재단과 포스텍이 이 은행에 1000억원을 증자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이 은행은 이후 다시 퇴출 위기에 몰리자 박씨에게 여권 최고 실세에 대한 구명 로비도 부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해 4~8월 박씨와 수십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만간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가 어떤 구실을 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1000억원 증자 성사 뒤 부산저축은행이 경북 포항의 한 건설회사에 대출해주는 과정에 여권 최고 실세가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과 임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기 사흘 전에 박씨가 출국하는 과정에서 누가 정보제공 등 도움을 줬는지, 검찰이 출국금지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도 밝혀야 한다. 이번에 다시 ‘꼬리 자르기’ 또는 ‘몸통 실종’ 논란이 재연된다면 중수부는 명예실추 정도가 아니라 다시 한번 폐지 위기에 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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