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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군기지 갈등, 물리력 대신 대화 해법 모색해야 |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해군은 법원의 공사방해 금지 가처분 결정을 토대로, 조만간 반대 농성을 강제로 해산시킬 태세다. 경찰은 서울과 경기도 경찰력을 제주도에 늘려 배치했다. 시민단체들은 내일 해군기지 반대 국민행동 차원에서 ‘평화 비행기’ 행사를 하기로 했다. 물리력 동원보다는 대화로 갈등을 풀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갈등이 악화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군 당국의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그제 발표된 국방부·국토해양부 장관의 담화문을 보면, “외부 반대단체가 중심이 되어 뚜렷한 이유 없이 공사현장을 무단 점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마치 제주도민이나 마을 주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외부세력이 평화로운 마을을 휘젓고 농성을 선동하고 있다는 투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의 대표기관인 도의회가 얼마 전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해군기지 논쟁에 걸린 안보와 평화 문제는 어차피 마을 주민들만의 관심사도 아니다. 군 당국은 내부와 외부를 굳이 가르려는 편협한 발상을 버리기 바란다.
군 당국이 가처분 결정을 토대로 행정대집행을 밀어붙이려는 것도 문제다. 당국은 공사 현장에서 농성자들을 몰아내고 나면, 철책을 둘러치고 공사를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경찰력을 투입하면 불상사가 빚어질 수 있다. 설령 현장 밖으로 농성자들을 몰아내더라도 이들이 반대 운동을 그칠 리 없다. 이런 와중에 해군과 제주도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십상이다. 민군 화합이 무너진다면 설령 기지를 짓더라도 그것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 예결위가 제주 해군기지 소위를 구성해 막 활동을 시작했다. 도의회는 주민투표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쯤 되면 정부도 물리력 동원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푸는 방안을 고민해야 마땅하다. 우리 사회에는 대형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다양한 형식의 대화로 풀어본 경험이 적지 않다.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천성산 문제를 해결한 기억도 그리 오래된 게 아니다. 지금은 여러 관련 주체들로 사회적 논의 기구를 가동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 정부 차원에선 해군한테만 맡길 게 아니라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등이 좀더 넓은 안목을 갖고 조정에 나설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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