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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02 19:22 수정 : 2011.09.02 19:22

정부는 끝내 대화 대신 물리력을 선택했다.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어제 새벽 경찰이 전격적으로 투입됐다. 경찰기동대 등 1000여명은 농성하던 시위대를 끌어내고 공사장 주변을 완전히 차단했다. 해군은 경찰의 보호 아래 강정포구 주변 등에 200여m의 철책을 설치하고 공사를 재개했다고 한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경찰의 강제진압은 방식이나 시기 면에서 모두 부적절했다. 국회에서는 예결위 제주해군기지 소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고, 제주도의회는 갈등 해결 방안으로 주민투표를 정부에 건의해놓은 상태다. 정부는 마땅히 국회 논의를 지켜보면서 평화적 해결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옳았다. 정부 당국이 급히 경찰력을 투입한 것은 오늘 제주에서 열리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평화비행기’ 행사 등으로 해군기지 반대 여론이 더욱 확산되는 것을 걱정했기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성급한 진압작전은 사태의 평화적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며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켰을 뿐이다.

경찰의 토끼몰이식 진압 작전은 제주 사람들이 겪어온 크고 작은 역사적 고통 위에 또 하나의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동안 제주도민들은 ‘4·3사건의 악몽’을 떠올리며 ‘육지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 사태 재연’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해왔다. 이런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정부와 군에 대한 제주 사람들의 불신과 원망도 더욱 깊어졌다. 정부는 안보 강화를 해군기지 건설의 이유로 내세우지만 민과 군이 화합하지 않는 안보는 모래 위에 탑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다.

군과 경찰이 해군기지 공사장 주변을 봉쇄하고 공사를 재개했다고 해서 사태가 온전히 마무리될 리도 없다. 정부 당국의 무리한 진압작전은 오히려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앞으로도 철책을 사이에 두고 끊임없는 충돌과 대치가 이어질 게 분명하다. 상처를 원천적으로 치유하지 않은 채 겉만 임시변통으로 동여매서는 속으로 더욱 곪아 들어갈 뿐이다.

정부는 한시바삐 강정마을 봉쇄조처를 풀고 주민들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주민들과 함께 의논해서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정부의 뜻에 반하는 행위는 무조건 분쇄와 격퇴의 대상으로 삼는 태도는 국정운영 능력 부족을 스스로 실토하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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