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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도민 충돌하는 ‘강정 사태’, 수습할 곳은 국회다 |
엊그제 제주도 안팎의 시민이 연대한 강정마을 1차 평화콘서트가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공사 중단과 민주적 절차에 의한 해결이라는 뜻을 평화롭지만 단호하게 전달했다. 대규모 충돌 우려 운운하며 농성장을 유린했던 경찰의 설명은 한낱 핑계나 눈속임에 불과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제주도민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참석자 2000여명 가운데 제주도민은 1500여명에 이르렀다. 4·3항쟁의 상처에 갇혔던 도민들이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육지에서 진압 병력이 속속 진입하고, 이들의 폭력에 맞서 주민들이 자구노력을 구체화하던 63년 전 봄이 겹쳐 보이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때문에 이번 행사는 주민들의 평화에 대한 열망과 공권력의 폭력성이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장이기도 했다.
주권자인 국민과 주권을 일부 대행하는 정부가 충돌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 막다른 골목이다. 그나마 이를 예방하는 일을 해야 하는 곳이, 유권자에게 무한책임을 지는 국회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회와 정치권은 실망스러웠다. 행정부의 시녀 구실에 안주한 여당 탓이 크긴 하지만, 야당의 무능도 무시할 수 없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한진중공업 사태와도 차원이 다르다. 한진 사태 때 정치권은 문제가 노사 갈등을 넘어서 자본과 시민사회의 갈등으로 확산될 때까지 속수무책이었고, 그 결과 불신을 샀다. 그러나 강정 문제는 정부와 도민이 맞서는 사태다. 그 성격과 심각성이 애당초 다르다. 게다가 국제화된 지 이미 오래다. 지금처럼 국론 분열 상태에서 강행한다면, 대중국 포위를 걱정하는 중국 쪽의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국회가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정치권 개입을 반대한다지만, 국회의 구실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닐 게다. 그건 스스로 정치불신을 자초하는 짓이다. 사태 악화의 원인은 민주적 절차를 정부가 유린한 것이었다. 주민 1000여명 가운데 감언이설로 구워삶은 80여명이 소집·결정한 사이비 주민총회 결의를 공사 강행의 근거로 삼았다. 이것만으로도 기지 건설은 원인 무효다. 이제라도 민주적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 국민, 제주도민, 지역주민 등 들을 건 듣고, 설득할 건 설득해야 한다. 행정부가 훼손한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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