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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망스러운 등록금 부담 완화 대책 |
정부·여당이 어제 1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소득이 낮을수록 장학금을 더 많이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대학 등록금 대책을 내놨다. 2006년 ‘반값 등록금’ 공약 이후 5년 만에 나온 방안치고는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 전체적으로 ‘반값’은커녕 12~13% 정도 인하 효과에 불과하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마지못해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학에 75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유도해 등록금 부담을 더 줄이겠다고 했지만, 지속가능한 방안일 수 없다. 이것까지 포함해도 중간층인 소득 4~7분위 학생이 지원받게 될 액수는 연간 평균 100만여원이다. 이것으로 가계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 학생의 과외 노동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아르바이트로 등록금 1000만원을 마련하려면 커피숍에서 1500여시간, 편의점에서 1600여시간 일해야 한다는데, 등록금 100만원 지원으로 아르바이트 시간이 고작 150시간 준다고 달라질 건 없다.
대학 등록금이 사회적 문제가 된 이유는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무책임성 때문이다. 실질구매력 기준으로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세계 최고다. 칠레가 비싸다지만 국가 보조금이 우리의 갑절이니, 한국의 등록금 부담은 실질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이다. 그런 등록금을 고교 졸업생 가운데 80%, 즉 거의 모든 가계가 짊어져야 하는 게 우리 구조다. 대학 진학을 불가피하게 만들어놓고, 그 부담을 가계가 전적으로 지게 했으니 문제가 된 것이다. 가정 형편에 관계없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든가, 아니면 대학에 가지 않아도 취직, 임금, 인사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이제야 비로소 의미있는 고등교육비 지원을 시작했다는 것까지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시작은 비록 미약하지만, 일단 공적 지원을 늘릴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6월 ‘2014년까지 30%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약속한 바 있다. 이번 대책에서 빠지긴 했지만, 이를 되돌릴 순 없을 것이다.
자본과 자연자원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밑천은 사람이다. 고등교육 투자는 개인의 입신영달이 아니라 국가 장래를 위한 결정적 투자로 간주해야 한다. 독일의 경제적 안정과 성장이 국가의 고등교육 투자에 의존하는 바 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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