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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중대 제안’ 평화 견인차 되기를 |
이달 말 개최 예정인 4차 6자 회담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대북 중대 제안’ 내용이 어제 공개됐다. 북한이 핵 폐기에 합의할 경우 경수로 건설사업을 종료하고, 그 대신 정부가 2008년까지 200만kw 규모의 전력을 북한에 직접 송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달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발표된 뒤 그동안 ‘중대 제안’을 둘러싼 궁금증이 증폭돼 왔다.
국민의 뜻이 모아져야 하는 대북지원 내용을 정부가 공표한 것은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 대북 지원책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온 국민이 그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고, 국민의 자발적 동의를 바탕으로 할 때 정책이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 때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밀리에 대북 송금을 한 것이 뒤늦게 사법적 심판의 대상이 됐던 쓰라린 경험 때문에서라도 투명성 확보는 중요하다.
‘중대 제안’이 대북 송전 계획을 담고 있기에 크든 작든 국민의 부담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경수로 건설사업에서 우리가 부담하기로 한 몫 수준이므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 액수가 얼마 되느냐를 떠나서, 대북 전력지원 비용은 우리가 더불어 사는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데 불가피하게 드는 비용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북한 핵 문제로 한반도 위기가 심화하고 북한과 미국의 대결로 온 국민이 가슴을 졸이는 사태를 벗어나게 하는 데 비한다면 얼마든지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비단 북한 핵 문제뿐만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남북이 협력을 강화하고 민족 공동체로 발전하기 위해서도 의미있는 투자가 될 터이다. 남북이 대결구도를 벗어나지 못해 무기 구입에 쏟아붓는 엄청난 국방·안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보면 ‘평화 비용’으로서 의미가 있다.
어제 서울에서 끝난 남북 경제협력추진위 제10차 회의에서는 남쪽이 내년부터 의복류·신발·비누 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고, 북쪽이 남쪽에 아연·마그네사이트·인회석정광·석탄 등 지하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보장과 함께 생산물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주고받기’ 경협을 확대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북쪽의 자원과 노동력, 남쪽의 자본과 기술 등 장점을 두루 살리면 한쪽의 일방적 도움이나 혜택이 아니라 서로 보탬이 되는 경제 협력이 가능하다.
당면한 북한 핵 문제 해결은 물론, 남북 경협이나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적극적 구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실제 난항을 겪던 6자 회담을 재개토록 하는 데 정부의 적극적 태도가 큰 몫을 했다.
대북 중대 제안은 국제적 지지를 확고히하기 위해서도 긴요하다. 특히 6자 회담에 참여하는 각국의 지원과 협력을 두루 이끌어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평화적으로 달성하는 데 꼭 필요하다. 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경제적 지원과 함께 믿을 만한 다자 안전보장이 있어야 한다. 두 축이 맞물리며 신뢰를 쌓아갈 때 비로소 까다로운 북핵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터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서울을 방문해 6자 회담 대책과 한-미 관계 증진을 협의하는 등 한반도 평화를 다지는 발걸음들이 분주하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어렵게 열리는 6자 회담이 실질적으로 진전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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