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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 낙하산’들의 전관예우도 막아야 |
공직자윤리법은 퇴직한 고위 공무원이 재직 중 다룬 업무와 관련된 기업이나 단체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4급 이상 공직자가 퇴직 후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의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기준도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이 법의 무풍지대가 있다. 교육 관료들이 퇴직한 뒤 대학 등에 재취업하는 것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틈타 ‘교육 낙하산’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한겨레>가 조사해보니 최근 10여년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퇴직한 3급 이상 고위 관료 152명 가운데 33명이 퇴직 뒤 대학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총장ㆍ이사장(19명), 행정간부(3명) 등 대학의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이 재취업한 대학은 주로 지방 사립대나 전문대들이다. 이 중에는 교과부가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대학’으로 지목할 정도로 부실한 곳도 적지 않다.
전직 교육관료들이 지방 사립대나 전문대학한테서 환영받는 이유는 뻔하다. 이런 대학일수록 교과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방패막이 노릇을 해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해서다. 대학에 재취업한 고위 관료의 상당수가 교과부 재직 시절 대학지원과, 전문대학지원과, 대학구조개혁추진본부 등 대학 및 전문대학 관련 부서에서 일했던 것도 이런 사정을 잘 보여준다. 퇴직한 교육 관료는 직장을 갖게 되니 좋고, 대학은 이들을 로비스트로 활용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문제는 전관예우 낙하산 인사에 따른 정책의 왜곡과 야합이다. 모든 정부부처가 마찬가지지만 현직에 있는 후배 공무원들로서는 퇴직한 선배 공무원들의 청탁을 거절하기 어렵다. 재취업한 관료들이 현직에 있을 때 업무를 공정히 수행했는지도 의심스럽다. 특정 대학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가 퇴직 후 그 대학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교육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재단 비리 사건이 터진 대학에 임시이사로 파견됐던 교육 관료가 비리재단 복귀 뒤 퇴직해 그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는 경우도 있다.
퇴직한 교육 공무원들의 무분별한 대학 재취업은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마땅하다. 퇴직 공무원이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강의하는 일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처럼 최소한의 기준이나 원칙도 없이 교육낙하산이 횡행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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