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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본령 벗어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논의 |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논의가 아리송한 모양새로 진행되고 있다. 한때 김황식 국무총리를 차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떠올랐다. 최근 들어선 그나마도 아니고 ‘돌고 돌아 나경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서울시장 선거의 의미를 직시하는 진지한 자세가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김 총리 차출론은 워낙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선거가 급하다고 해도 멀쩡하게 국무총리로 일하는 사람을 뽑아다 아무 데나 끼워넣겠다는 편의주의적 발상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이 전 법제처장은 그 자체로 안 될 이유는 없지만 여론조사 결과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은 대체로 홍준표 대표 쪽이 기획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당내 경쟁자인 나경원 최고위원을 견제하려는 동기가 작용한 결과라고 하니 동기도 그렇고 그나마 일도 되지 않는 꼴이 저절로 실소가 나오게 한다.
사실 한나라당은 후보 논의에 앞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초래한 잘못부터 철저하게 반성하는 게 옳았다. 오세훈 전임 시장은 막무가내로 주민투표를 밀어붙였고 거기에 한나라당이 편승했다가 시민들한테서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홍 대표가 주민투표 무산 직후 “사실상의 승리”라고 얼버무렸을 뿐, 투표 결과를 공식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10·26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주민투표에 참여한 25.7%의 의미가 소중하다며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과의 ‘성스러운’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는 것인지도 모호하다.
한나라당은 새달 8일께 복지정책 티에프가 시안을 발표하는 대로 당론을 모아보겠다고는 한다. 하지만 올바른 순서는 복지정책 관련 당론을 먼저 정리하고 그에 맞는 후보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 없이 ‘오세훈 주민투표’를 적극 옹호했던 인사가 적당히 말을 얼버무리고 후보로 나선다면 시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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