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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감하게 금강산 관광길부터 열어라 |
신임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그저께 국감장에서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관광 중단의 발단이 된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앞으로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이 확인만 해준다면 북의 공식적인 재발방지 약속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9년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는 기존의 정부 태도에 비춰볼 때 진일보한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변화를 점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장관의 발언이 그의 취임을 전후해 드러난 남북의 미묘한 입장 변화 조짐들 속에 나온 점을 주목한다.
취임 전 류 장관은 “여러 경로를 통해 대화로”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남쪽 장관 교체를 “다행스런 일”이라 했던 북은 금강산특구법으로 무효가 된 현대의 금강산관광 독점권 문제 등도 “좋은 방향으로 풀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틀 뒤 통일부는 7월에 제의한 관련 실무회담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에 조계종 관계자들과 지휘자 정명훈씨 일행, 그리고 7대 종단 대표들이 줄줄이 방북 승인을 받았다. 남쪽은 정책 수정을 시사하고 북쪽은 상황 변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음이 분명하다.
금강산 관광 중단과 그로 인한 바닥 모를 불신·적대감을 해소하지 않고는 핵문제나 6자회담, 천안함·연평도 사태, 남북한·러시아 가스관 건설 문제도 풀기 어렵다. 관광 재개는 남북관계 전환의 돌파구다.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활성화, 사회문화 교류 확대 등도 그게 풀려야 실현될 수 있다.
류 장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갈 생각이라면 좀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 류 장관은 여전히 기존 정책 기조 유지를 얘기하고, 교류협력을 원천적으로 가로막은 5·24조처를 두고 “장기적으로 이런 고통을 거쳐 남북관계가 정상적으로 된다면 감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고통만 남기고 관계가 더욱 틀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5·24조처는 해법이 아니라 문제의 화근이다. 새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이 족쇄를 푸는 것이다. “재임 중에 내가 할 역할은 통일의 날이 오도록 기초를 닦는 것”이라고 한 대통령의 얘기가 빈말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금강산 관광길부터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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