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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용환 선출안, 이제 여야 정치력에 달렸다 |
국회가 어제 본회의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통과시켰으나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은 또 처리하지 못했다. 그동안 두 사안을 사실상 연계해왔던 민주당이 한발 물러섬에 따라 24일로 끝나는 현 대법원장 임기 만료를 사흘 앞두고 대법원장 공석 사태는 겨우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야당 추천 몫의 헌재 재판관 자리가 75일째 공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조 후보자 선출안 처리 문제는 이제 한나라당으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그의 천안함 발언 등을 문제 삼아 사실상 반대해온 태도에 변화가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돌이켜보면 인사청문회에서 촉발된 조 후보자 반대론은 처음부터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었다. 6·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고 묻고, 천안함 사건 정부 발표를 왜 확신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이는 식의 청문회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사상검증에 가까운 것이었다. 여기에다 이런 문답 내용이 보수수구 언론에 보도되는 과정에서 마치 그가 정부의 천안함 발표 자체를 부인하는 것처럼 왜곡됨으로써 장외에서 이념논쟁으로 비화한 측면이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용환 선출안이 통과되면 보수층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우려가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어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민주당의 양보를 ‘솔로몬 재판’에 비유하며 “국민으로부터 버림받는 정치는 하지 말자” “야당 추천 몫 헌법재판관(선출안)을 조속한 시일 안에 처리해달라”고 여당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이후 한나라당에서도 반대 기류가 누그러지고 협조해주자는 얘기가 일부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낙관은 이르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언론 보도가 왜곡된 것이라면 조 후보자가 그 점을 분명히 해줘야 한다”며 민주당과 조 후보자가 나서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직접 설득하라는 주문도 하고 있다.
이제야말로 여야의 정치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아무런 디딤돌도 확보해놓지 않고 벼랑에서 두 손을 다 놓아버린 처지가 됐다. 탁월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당의 결정이 과연 솔로몬의 지혜였는지, 아니면 대책 없는 양보였는지는 곧 판가름날 것이다. 그리고 지도부의 거취도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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