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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25 18:58 수정 : 2011.09.25 18:58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유엔에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을 신청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반대를 무릅쓴 정면승부다. 이로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보장받지 못한 자치지구 지위를 거부하고 이스라엘과 대등한 독립국으로 맞서겠다는 이번 시도를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대다수 세계인들은 지지한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이미 거부권 행사 의지를 표명했으니, 당장 독립국 지위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민주화 열풍 이후 고조되고 있는 아랍·이슬람권의 반이스라엘 분위기 속에서 미국은 거대한 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풀릴지 더 꼬일지, 예측하기 힘든 긴장 속에 중동 정세도 다시 기로에 놓였다.

아바스 수반은 엊그제 유엔 총회 연설에서 “신뢰와 구체적인 시간표가 없는 협상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독립국 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의 평화 제의를 거부”한 것이라며 비난했지만 설득력이 없다. 이스라엘의 ‘평화’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겐 생존조건의 박탈을 뜻하는 폭압과 야만이었음을 세상이 다 아는 까닭이다.

이-팔 분쟁의 요체는 결국 땅 문제다. 미국이 중재자로 나선 협상의 뼈대는 1967년 전쟁(제3차 중동전쟁) 이전으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요르단·시리아 점령지에서 철수하고 점령지내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며 팔레스타인에 완전한 자치권을 주고, 그 대신 아랍세계가 이스라엘의 존립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 평화공존안이 이행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빼앗은 땅을 움켜쥔 채 팔레스타인을 고사시켜 유대국가로 통합하려는 이스라엘의 처사 탓이다. 미국은 사실상 이스라엘 편을 들어왔다.

중동정책 재검토를 주창하며 등장한 오바마 정권은 1967년 전쟁 이전 상태에서 협상을 벌이자고 해 기대를 높였으나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신뢰도 시간표도 없다. 아바스 수반의 독립국 신청은 바로 그런 무의미한 미국의 중재에 더는 기대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재선을 위해 친이스라엘 세력 표를 의식하고 있는 오바마의 한계는 분명하다. 친미 독재체제들이 무너지는 중동 정세 속에 시간은 미국과 이스라엘 편이 아니다. 비극을 피하려면 석유 패권과 이스라엘 로비에 갇힌 미국이 이번 기회에 출구 없는 기존 정책을 버려야 한다. 오바마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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