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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3 20:19 수정 : 2005.08.25 20:27

법원이 이른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을 재심에 부칠지를 따질 심리를 다음주 재개한다고 한다. 법원은 2003년 말 두 차례 심리를 연 뒤, 그동안 기록검토 등을 이유로 1년8개월 동안이나 심리를 미뤄왔다. 그 사이 재판부도 바뀌었다. 이미 시간을 많이 허비했는데, 이제라도 법원이 제대로 심리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혁신계 인사 23명을 학생운동 배후세력으로 몰아 그 가운데 8명을 확정판결 하룻만에 전격적으로 사형을 집행한, 유신시대의 암흑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당시부터 조작사건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2002년 “중앙정보부가 관련자들을 고문해 조작한 사건”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이 재심 청구의 계기가 됐다.

국가정보원도 이 사건을 진상규명이 필요한 7대 사건의 하나로 꼽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법원이 재심을 결정하기 위해 굳이 국가정보원의 조사 결과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을 것이다. 재심을 하려면, 옛 재판에서 근거가 된 증거를 뒤집는 판결 또는 판결에 준하는 새로운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 직속기관이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그런 효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법원이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 국제법학자협회는 사건 관련자들이 사형당한 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한 바 있다. 1995년 현직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사건이 ‘가장 수치스런 재판’으로 꼽혔다. 사형을 면한 피해자들 가운데서도 벌써 5명이 세상을 떴고, 나머지도 대부분 70대 노인이 됐다. 더 늦기 전에 법원이 스스로 치욕스런 짐을 벗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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