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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3 20:23 수정 : 2005.08.25 20:23

우여곡절 끝에 서울 청계천에 ‘전태일 거리’가 조성된다고 한다. 전태일기념사업회가 다시 손봐 제출한 ‘전태일 거리·다리 조성안’을 서울시가 수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우뚝한 봉우리인 ‘전태일’이 스스로 몸을 살라 불꽃으로 산화한 바로 그 거리에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조형물의 안정성 문제와 시민의견 수렴 등을 이유로 일부 공무원들이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다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하니, 온전한 기념물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서울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전태일 거리 조성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선 이번 조성안이 시정에 대한 순수한 민간 참여 형태로 제안되었다는 점이다. 그러지 않아도 서울시를 비롯한 자치단체들은 최근 각종 정책에 대한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태일기념사업회라는 민간단체가 제안서를 내놓은 데 이어 안정성과 다른 설치물들과의 조화 등을 감안해 애초 안을 고집하지 않고 이를 일부 축소하는 배려까지 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주민 참여형 정책을 강조해온 것이 공염불이 아니라면 서울시로서는 이런 과정을 통해 제출된 조성안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태일 거리 조성안’이 청계천 복원공사에서 지닌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100여년 전처럼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르게 하는 일은 멋진 사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사업은 35년 전 이 거리에서 분신을 통해 당시 열악한 노동조건을 온몸으로 항의한 한 노동자의 삶과 죽음을 상징화하는 일과 함께 진행될 때 ‘복원’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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