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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27 20:37 수정 : 2011.09.27 20:37

어제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했다. 그가 취임사에서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사법부의 사명이라고 밝히고 재판의 독립을 강조하는 등 나름의 사법 철학을 피력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양승태호’가 현재 사법부가 당면한 핵심적인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양 대법원장이 취임사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심급구조와 법원조직 및 인사제도 개혁 문제는 오랫동안 제기돼온 것으로 당연히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특히 상고심사부 설치나 양형기준법 도입 여부는 법원의 큰 틀을 바꾸는 것으로 법원 안팎의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법조인 양성 제도의 변화와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대책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가 법원행정처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제도적 개혁에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양 대법원장 스스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고 진단하며 내놓은 해법 자체가 사법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국민이 재판에 승복하도록 하려면 법관에 대한 존경과 믿음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법원의 의식개혁과 성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국민이 사법업무에 참여하는 문호를 넓히고 국민과 소통하자고도 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전관예우 등 수십년간 이어져온 고질적 병폐 때문에 생긴 측면이 물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는 과정에서 법원이 이를 방조하는 등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신뢰가 추락한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촛불시위 재판에 개입하고도 정권과 수구보수언론의 비호, 그리고 ‘법관의 신분 보장’이란 황당한 보호논리 속에 여전히 버티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의 존재가 이를 잘 말해준다.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사법부 스스로 정권으로부터의 독립도 지켜내야 한다는 점에서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보수 성향 대법원장일수록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이어질 대법관 제청 과정이야말로 국민 신뢰 회복의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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