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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28 19:11 수정 : 2011.09.28 19:11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집단들이 영화 <도가니> 앞에서 일제히 반성문을 쓰고 있다. <도가니>는 한 특수학교에서 벌어졌던 미성년 장애인 성폭행과 진상은폐 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로 말미암아 끓어오르는 여론을 보고서야 그동안 얼렁뚱땅 수사하고, 가해자들에게 처벌 시늉만 하고, 학교 책임자를 제재하지 않고, 관련 제도와 법을 고치지 않은 국가기관들이 비로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하늘에 침을 뱉는 것 같아 그 무책임과 약삭빠름을 비난하기도 힘들다.

인화학교 청각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은 2005년 세상에 드러났다. 당시 고발된 것은 설립자 아들인 학교장과 교직원 6명이 2004년 말부터 2005년 초까지 저지른 범죄였다. 학교 쪽은 학부모들을 어르고 회유하는 등 조직적인 진상 은폐로 처벌을 모면하도록 했다. 결국 죄질이 가장 나쁜 학교장마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런데도 학교법인은 성폭행 가담자를 복직시키고, 진상 은폐에 앞장섰던 교감·학생부장이 계속 교사로 일하게 했다.

이 학교에선 이미 2000년에도 교직원이 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말할 수 없는 아이들이 당한 일이었기에, 얼마나 많은 범죄가 더 저질러졌는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해에는 학생이 학생을 성폭행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학교법인이 학교를 이런 범죄자들에게 맡긴 결과일 것이다.

지금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는 건, 무력한 아이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는커녕 이들의 피해를 방관한 국가기관들이다. 시민대책위원회가 법인 임원 해임 등을 촉구하며 242일간 농성을 계속하고, 학생들이 66일간이나 등교를 거부해도, 파렴치범들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짓이 계속돼도 교육당국은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지난 2007년 공익이사제 도입 등을 통해 사회복지시설의 인권침해와 불법행위를 막으려 했지만, 한나라당 반대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은 무산됐다. 자신을 스스로 지키고 변호할 수 없는 나이 어린 장애인에게 범죄 피해 입증 책임을 지우는 따위의 허점을 보완한 성폭력처벌특별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국회는 외면했다.

이제 경찰이 수사팀을 구성하고, 여야가 관련법 정비를 서두르고, 교육당국이 학교 폐쇄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건 이런 까닭이다. 이제라도 진정한 반성과 책임 있는 조처에 나서길 간절히 호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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