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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 못하는 이들의 배우기 힘든, 더 큰 슬픔 |
광주 인화학교 사건이 드러낸 청각장애 학생의 슬픔은, 단지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것만이 아니다. 이들의 학교는 장애로 인해 제대로 배울 수 없는 이들을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곳이 아니었다. 사건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보고서를 보면, 청각장애 특수학교 교사 가운데 수화 통역사 자격증이 있는 교사는 전체의 3.8%에 불과했다. 96%의 교사는 약식 수화로 간단한 의사소통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수화를 모르고 청각장애인을 가르치는 건, 영어를 전혀 모르는 학생에게 영어로 가르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청각장애인들이 지식의 양과 깊이, 추론과 연산 등에서 뒤처지는 것은 이런 학교 현실 탓이다. 장애인 교육은 장애 유형별로 교수법이나 전달법이 달라야 한다. 시각장애인에게는 말과 점자, 청각장애인에겐 수화와 문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특수교육학과엔 장애 영역 구분이 없다. 수화건 점자건 배워도 그만, 안 배워도 그만이다. 게다가 청각장애인 학교는 전국에 스무 곳이 채 안 된다. 때론 한 해에 교사를 한 명도 뽑지 않을 정도로 취업 문이 좁다. 이에 비해 다른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발달장애 학교는 100여개에 이른다. 취업 문이 훨씬 넓다. 그러니 누가 굳이 수화를 배우려 하겠는가.
장애인의 고통을 덜어주는 최선의 방법은 비장애인과 구별되지 않고 살아가게 돕는 일이다. 지식을 익히고 사고력을 배양할 수 있는 학교와 교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청각장애인을 가장 잘 가르칠 사람은, 그들을 잘 알고 소통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일 수도 있다. 그런 교사를 배출할 수 있도록 학교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2005년 인화학교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수화를 공식 언어로 인정하는 일이다. 청각장애인들이 일찍부터 수화를 배우게 하고, 텔레비전 등 주요 영상매체에서 수화 통역을 의무화해야 한다. 학부모의 이해도 필요하다. 부모들은 수화보다는 구화를 원한다. 구화를 써야 아이가 커서 주류사회에 편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화를 배워 일반학교에 진학한 학생도 대개 청각장애인 학교로 돌아온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 것과 더불어 청각장애인으로서 정체성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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