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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작전계획도 분실한 얼빠진 공군 |
공군이 군사비밀 문서들을 분실하는 사고를 냈다. 전면전 때 공군의 작전계획을 담은 ‘작계 3600’(2급 비밀)과 평시 비행훈련 계획을 담은 ‘작명 2500’(3급 비밀)을 지난 8월 분실한 것이다. 그 뒤 한달이 넘도록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군이 제구실을 하고 있느냐를 의심하게 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고다.
분실한 작전계획에는 전쟁 상황에서 ‘공중 우세’와 ‘정보 우세’를 확보하고, 지상군과 해군의 작전을 지원하며 적의 군사력과 전쟁 잠재력을 파괴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서가 만일 외부로 유출된다면 군의 전력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상대방한테 노출된 작전계획은 작전계획으로서의 의미를 잃게 된다. 작전계획을 엄중하게 관리하는 것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에 속하는 일이다. 이번 사고를 보고 군인들의 정신 태세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얼빠진 군대에 안보를 맡겨도 되는지 정말 한심할 뿐이다.
공군 작전사령부에서 사고를 낸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작전사령부는 공군의 모든 작전을 지휘 통제하는 최상급 부대이다. 작전계획 문서를 작성하고 예하 부대에 전파하며 그 문서를 제대로 관리하도록 감독하는 책임도 이곳에서 맡고 있다. 그런 사령부가 되레 큰 사고를 냈으니 예하 부대 장병들이 사령부를 어떻게 보겠는가. 작전 지휘부의 신뢰성을 이만저만 좀먹는 일이 아니다.
공군의 후속 조처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문서를 잃어버린 게 8월인데 아직 경위 파악도 못하고 문서를 회수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작전계획 문서는 지휘소의 한정된 장소에 보관하고 문서를 열람하는 장병도 인가된 소수에 불과할 터이다. 경위 파악이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어 보인다. 쉬쉬하면서 문제를 덮으려고 하다가 그 지경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군 사고가 늘고 있다. 육군 전차 전복 사고와 해병대 생활반 총기사고, 초병들의 민항기 오인 사격에다 해군 고속정 충돌 사고, 공군 정찰기 추락 사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잇따랐다. 그러던 끝에 이제는 전시 작전계획마저 분실했다. 군 수뇌부가 관료형 부대를 탈피해 전투형 부대로 개조해 보겠다고 공언한 것이 무색할 지경이다. 군 수뇌부의 지휘 역량에도 문제가 없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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