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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 운동의 아쉬운 점 |
스위스에 있는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추진하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가 11월11일 끝난다고 한다. 2007년부터 인터넷 투표와 전문가 심사를 벌여 2009년 후보지 28곳을 발표했고 이 가운데 7곳을 인터넷 투표로 최종 선정하는 것이다.
지난 3월 국회가 만장일치로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지원 촉구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가 범국민추진위 명예위원장을 맡는 등 투표 운동이 사실상 국가적 어젠다로 추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월엔 김황식 국무총리가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지시했고, 제주도는 문화체육관광부·국방부 등 정부 부처와 선정 지지를 위한 양해각서까지 맺었다.
제주발전연구원은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될 경우 관광객이 외국인 20만~57만명, 내국인 57만명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생산 유발 효과가 연간 627억~1조284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연간 3552억~731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주도가 세계의 7대 자연경관에 선정돼 국내외 관광객이 늘고 경제적 효과를 거둔다면 좋은 일이고 우근민 지사의 말마따나 “후손에게 큰 자산을 남겨줄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몇가지 꺼림칙한 대목이 있다. 우선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비영리 민간 재단이지만 별도의 영리회사를 두고 전화투표와 후원사 계약 등을 통해 영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통화요금이 재단의 기금이 된다는 얘기다. 한 사람이 여러차례 투표를 해도 무방하다는 것도 통화요금 수익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기투표’라면 당연히 1인1표여야 하는데 이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적잖다. 제주도 공무원들은 지난 2월1일부터 7개월여 동안 7300만여건의 전화투표를 했다. 최근에는 1인당 하루 400표 수준의 투표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외부에서 전화를 걸어도 통화중일 때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인도네시아가 지난 8월 이 재단을 신뢰할 수 없다며 선정투표를 철회하는 등 재단을 둘러싼 논란도 벌어진다. 선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범국민추진위의 설명과 달리 재단이 유엔과 무관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서라도 범국민추진위가 이런 논란들을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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