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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교육비 줄여 제주 귀족학교 퍼주는가 |
열흘 전 문을 연 첫 영리학교 ‘엔엘시에스(NLCS) 제주’는 연간 학비(등록금+기숙사비)가 3653만~4206만원에 이르는 초특급 귀족학교다. 서울 강남 3구 출신 아이들이 40%에 육박하는 것은 이 학교의 성격을 상징한다. 위화감 등 국민 통합과 관련해 생각해볼 문제가 많지만, 이보다 더 화급한 것은 그런 학교에서 적자가 발생하면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강부자 정권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학교법인 ‘해울’의 모회사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다. 개발센터는 국토해양부 산하 공기업이다. 학교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최종 책임은 국토해양부가 지는 구조다. 게다가 앞으로 5년간 예상되는 적자 규모는 무려 179억원에 이른다. 학생 1인당 연 700만원가량 된다. 법인이 작성한 자금수지 현황으로도 그러하니, 얼마나 더 늘지 모른다. 연 학비 4000만원짜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 부지 마련하고 학교 짓고, 그것도 모자라 정부가 이만큼 더 지원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정부는 제주자치도 특별법 제정 때 영리학교법인 설립과 외국학교 유치 논의는 이미 끝났다고 입을 닫는다. 하지만 그렇게 배짱 튀길 처지는 아니다. 당시 내세운 명분은 외국의 명문 학교를 유치해 초·중·고교생 유학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자는 것이었다. 채산성도 있고, 나서려는 업자도 자본도 있다고 해 허가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는, 나랏돈 200억원으로 학교법인을 설립하고, 만만한 교직원공제회 등의 손목을 비틀어 투자받은 1700억원으로 교사 짓고, 운영 적자는 나라에서 충당하도록 되어 있다. 사실상 관 주도 귀족학교인 셈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다 보니, 제주도는 내년에도 이런 학교를 하나 더 개교한다고 한다. 국민이 먹여살릴 귀족학교가 더 느는 셈이다.
영리학교라면 일반 회사처럼 설립부터 운영,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법인이 져야 한다. 적자가 난다면 학비를 올려 수지를 맞추거나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써야 한다. 어느 것 하나 할 수 없다면 문을 닫아야 한다. 세금으로 귀족학교를 짓고, 거기에 혈세를 지원하는 것에 어느 국민도 동의한 적이 없다. 아이들 점심 한 그릇에 나라 망한다고 앙앙불락하던 정부 아닌가. 부자들에겐 왜 그리 관대한가. 당장 손을 떼기 바란다. 정부가 나서면 될 일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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