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10.04 19:17 수정 : 2011.10.04 19:1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우리 국회도 비준동의 절차에 속도를 낼 태세다. 어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미국 의회 상황에 맞춰 비준안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여당은 이달 안에 비준동의안 처리를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경제와 우리 사회에 전방위로 영향을 미칠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이렇게 졸속 처리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지금까지 협정의 본질적 내용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 곁가지 문제에 매달려 정치적 공방만 벌여왔다. 시민사회에서 이른바 ‘독소조항’의 위험을 줄기차게 제기해도 국회는 소수의 목소리로 치부했다. 이런 상태에서 미 의회의 이행법률안 심의 일정에 맞춰 일방적으로 비준동의안을 처리한다면 주권국가의 대의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미국 이행법률안에는 국회가 새롭게 검토해야 할 내용들이 많다. 미국의 이행법률안은 그동안 모호해 보이던 협정문의 조항들이 미국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뚜렷이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협정의 법적 효력이다. 법률안 102조를 보면, 협정과 미국 법령이 충돌할 경우 미국 법령이 우선한다(a항의 1)고 돼 있다. 상대국 기업이나 투자자의 법적 구제 수단과 관련한 조항(c항의 1과 2)에서는 미국 정부 이외의 어떠한 자도 협정을 근거로 청구권이나 항변권을 갖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미국 정부나 공공기관의 조처가 협정과 어긋나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없다.

반면에 정부가 국회에 낸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협정과 충돌하는 기존 국내 법률은 모두 백지화된다. 헌법이 대외통상조약을 법률로 인정하는데다 ‘신법은 구법에 우선’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또 미국의 기업이나 투자자는 국내 법원을 통한 구제나 국제 중재절차를 통한 제소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협정에 따른 법적 의무와 권리가 두 나라에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은 쌍무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의 이행법률안은 협정이 이런 쌍무 원칙이 무너진 불평등 조약임을 못박고 있다. 국회는 미국 의회의 이행법률안 심의에 맞춰 비준동의 절차에 속도를 낼 게 아니라 협정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