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68혁명’을 닮아가는 ‘1 대 99’ 반대 시위 |
1968년 3월 프랑스 파리 근교의 낭테르대학에서 새로운 운동이 일어났다. 그 대학 사회학도들이 이끈 ‘3월22일 운동’은 “우리는 자본의 파수견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해 5월 학생들이 들고일어섰다. 역사적인 ‘68혁명’의 시작이다. 운동은 삽시에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전세계로 확산됐다. 이 반체제운동은 결국 드골 체제를 무너뜨렸으며, 사람들의 의식세계와 유럽의 문화지형도를 바꾸고 세계를 뒤흔들었다.
‘1 대 99’가 상징하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만연한 실업에 항의하는 미국 청년들이 9월 중순 뉴욕에서 시작한 거리시위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그들의 구호는 자본을 지키는 파수견이 되지 않겠다던 68혁명의 구호와 닮았다. 지난 5일의 뉴욕 2만명 시위에 이어 6일에는 워싱턴 등 미국 전역의 2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세계 주요국 도시들도 동조 시위를 벌였거나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15일 세계 동시 시위까지 예정돼 있다. 예사롭지 않다.
청년들이 시작한 시위는 이제 노동조합과 시민운동세력이 가세하고 정치권까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확산·심화되면서 세계적 차원의 ‘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는, 아직 그 끝을 알 수 없는 시위의 위력과 파급효과를 누구든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부자 증세를 거부하는 공화당과 가진 자들에 대한 시위대의 거부감은 결과적으로 오바마 정부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정치권 판세가 미국과 닮은 우리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시위는 여전히 정당과는 무관한 개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심을 이루고 있고 지도부가 따로 없다. 8월 초순 영국 런던 시위의 영향을 받은 이번 시위 참가자들은 ‘아랍의 봄’과 이집트 민주화의 성지가 된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 시위를 모델로 거론했다. 비폭력과 자발성, 탈중심적인 이 모델이 우리에겐 전혀 낯설지 않다. 2008년 들불처럼 번진 서울의 ‘촛불시위’가 사실상 그 전형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 것도 닮았다.
런던, 뉴욕, 이집트, 그리고 서울의 시위는 모두 극심한 빈부격차와 억압, 소통 부재 등에 대한 거부이자 저항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비슷한 상황이 촉발한 68혁명처럼 이번 시위도 기성체제를 뒤바꿔놓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