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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진중공업 사태의 실질적 해결을 기대한다 |
난항을 겪던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하다. 지난 주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문제 해결을 위한 권고안을 내놓았고 이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받아들여 교착 상태에 빠졌던 노사 협상에 일단 물꼬가 트였다. 노사간 허심탄회한 대화로 정리해고자들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합의가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권고안은 ‘한진중공업이 정리해고자 94명을 1년 안에 재고용하며 그때까지 생계유지를 위해 1인당 2000만원 한도 안에서 생계비를 지원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내려온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조남호 회장은 권고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국회 권고안을 바탕으로 적극 교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 국회가 모처럼 여야 만장일치로 권고안을 마련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노사 자율협상의 원칙만 강조하며 개입을 주저해왔다. 오늘로 장장 278일째를 맞는 김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에 대해서도 ‘외부세력의 부당한 개입’으로 폄하했다. 그러나 희망버스 운동으로 김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에 대한 국민적 동조 여론이 확산되자 태도가 달라졌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사회적 공분과 압력이 국회와 정부, 요지부동이던 재벌 오너까지 움직이게 한 것이다.
한진중공업이 국회 권고에 따라 정리해고 사태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으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벌써 재고용의 기준 시점 등을 놓고 노사간 의견 차이가 크다고 한다. 김 지도위원과 희망버스 기획자, 노조, 정리해고자 등을 상대로 회사 쪽에서 제기한 무더기 손해배상 소송도 타결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남호 회장과 한진중공업 경영진이 국회 권고안의 배경과 취지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통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회도 한진중공업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 기업의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막을 법과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어느덧 ‘정리해고의 천국’이 됐다. 집단해고 지표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3위다.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행진을 멈추려면 정리해고 남발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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