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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편법과 꼼수로 얼룩진 ‘내곡동 사저’ 신축 |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갈 사저를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아들 이시형씨의 이름으로 새로 짓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어제 오후 부랴부랴 해명을 하고 나섰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사안은 청와대의 일처리 방식이 얼마나 편의주의와 꼼수로 점철돼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 ‘논현동 사저’ 부근의 땅값 등이 비싸 경호시설을 짓기 어려워 내곡동에 새 집과 경호시설을 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행위는 엄밀히 말해 ‘예산 전용’에 해당된다. 애초 경호시설 신축 예산 40억원을 배정받으면서 “현직 대통령이 소유한 사저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예산 집행의 변경 사유가 생겼다면 마땅히 이를 밝히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
사저 건축 과정에서 발생할 보안·경호안전의 문제를 고려해 아들 시형씨의 이름으로 땅을 구입했다는 설명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 중에도 사저를 새로 지은 경우가 있었지만 떳떳이 자신의 이름으로 지었지 이런 편법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대통령 사저와 대규모 경호시설을 짓는 일은 곧바로 일반에 알려지게 돼 있다. 그런데도 굳이 아들 시형씨의 이름으로 몰래 건물을 지은 뒤 이 대통령이 다시 구입한다는 식의 기묘한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참으로 궁금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자금의 복잡한 흐름도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시형씨는 서울 논현동 자택의 김윤옥씨 소유분을 담보로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6억원을 대출받고, 5억2000만원은 친척들로부터 빌려서 충당했다고 한다. 11억원이 넘는 빚의 이자를 어떻게 물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편법 증여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으로 사저 건축에 들어갈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댈 것인지도 의문이다. 시형씨는 지난 2007년 전 재산을 3650여만원으로 신고했으니 자신의 힘으로는 건축 비용은 고사하고 이자를 물기도 어려운 형편으로 보인다. 집이 지어진 뒤 이 대통령 앞으로 명의 이전을 할 때 아들에게 어떤 경제적 반대급부를 줄 것인지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땅의 예상되는 개발 이익도 음미해볼 대목이다. 시형씨가 사들인 땅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에 그린벨트에서 해제돼 현재는 지구단위 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앞으로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지면 값이 급등할 것이 분명하니 참으로 절묘한 위치 선정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상식과 동떨어진 편법과 꼼수를 이쯤에서 멈추고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이 대통령이 불법 ‘명의신탁’으로 사저를 짓고 있노라고 말하는 편이 국민들의 이해를 돕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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