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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내부 비리일수록 더 철저하게 파헤쳐야 |
이국철 에스엘에스(SLS) 회장이 어제 라디오에서 “몇몇 정치검사들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것 같다”고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시하며, 권재진 법무장관을 고소하겠다는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 그의 말대로 검찰이 사건을 축소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애초 이 사건 수사에 부정적이었다가 청와대 말 한마디에 적극 수사로 돌아선 검찰이니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현 정부 들어 정권 실세와 관련한 사건마다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전례에 비춰보면 더더욱 그렇다. 검찰이 각별히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이 회장 주장 가운데 몇몇 부분은 검찰이 특별히 사명감을 갖고 밝혀야 할 것들이다. 우선 2009년 10월 서울 청담동 일식당에서 신재민 전 차관과 지인인 김아무개씨가 검사장 2명과 대검 간부 등 3명을 만났고, 자기는 옆방에 있었다는 비망록 내용이다. 이 회장은 이즈음 김씨가 “지검장과 대검 간부는 내가 10여년 스폰서를 해왔다. 이들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해 수표 1억원을 건넸다고 적어놓았다. 에스엘에스 사건과 관련해 돈이 오간 게 사실이라면 당연히 뇌물죄에 해당한다.
이번 사건에 자주 등장하는 권재진 장관 관련 대목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에스엘에스 사건으로 이 회장 변호인과 통화한 사실은 이미 공개됐다. 이번엔 ㅇ대 총장 사건 무마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권 장관 동생 이름도 거론됐다. 권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워크아웃 들어간 회사에 접대를 요구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박영준 전 차관을 두둔하며 이 회장 발언의 신빙성을 깎아내린 것은 수사중인 사안에 관여한다는 오해를 살 만하다.
박영준 전 차관 등 현 정권 실세들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비망록에 신 전 차관보다 더 상세히 기록돼 있다”고 말한다. 신 전 차관에게 준 카드를 청와대 인사들이 돌려가며 사용했다는 주장도 편다.
이 회장은 지금 갖고 있는 자료를 양파껍질 벗기듯 하나씩 공개하며 “검찰 수사 의지를 보겠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의 체면이 말이 아닌 상황이다. 성역 없는 수사로 모든 의문을 낱낱이 밝히는 것만이 검찰의 살길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내부 적과의 전쟁’을 선포했듯이 검찰 내부 비리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장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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