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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12 20:29 수정 : 2011.10.12 20:29

탐욕스런 금융자본에 대한 분노가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대서양 건너 유럽연합 수도인 벨기에 브뤼셀에 ‘분노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이어 오는 15일에는 전세계 주요 도시 400여곳에서 동시다발로 ‘모두 함께 점령하라’는 구호를 내건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가 이날 서울 여의도 등에 모여 금융권의 과도한 이익 추구와 양극화 심화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금융자본의 탐욕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에 우리나라도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월가의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국내 금융권은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왔다. 정부도 ‘남의 일’로 여겼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월가 시위의 배경이 된 금융권의 탐욕은 국내에서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제난에도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18개 국내 은행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의 순이익을 거둬 연말 결산 이후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두둑하게 주고 주주들과는 고배당 잔치를 벌일 것이라고 한다. 17개 증권사도 상반기 이익이 지난해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은행과 증권사들의 실적 증가는 순수하게 그들만의 공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중소기업과 서민의 고통은 외면한 채 돈벌이에만 매달려 얻은 성과다. 특히 올 들어 주요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은 줄이고 가계를 상대로 한 예대(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를 늘려 손쉽게 돈을 벌었다. 현직 등기 임원들이 평균 월급만 4000만원 넘게 받으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은행도 있다.

외환위기 뒤 169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의 지원으로 회생한 국내 금융권은 지금까지 단기 수익 위주의 경영 전략을 펴왔다. 이런 전략은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기는커녕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 한마디로 ‘위험과 부실은 공유하고 이익은 독식’하는 미국 월가 금융자본의 복사판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시위를 준비하는 단체에선 금융의 탐욕을 저지하고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연말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한다. 혹시나 이런 도도한 전세계적인 물결에 우리 경찰이 치안 차원에서 과잉 대응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막기도 어려울뿐더러 자칫 국제적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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