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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열·학벌사회를 향해 던져진 또 하나의 돌멩이 |
어제 한 서울대생이 자퇴했다. 최고 서열 대학교의 학생이 서열을 구조화하는 대학입시와 학벌사회에 온몸으로 저항한 것이다. 지난해엔 고려대생 김예슬씨가 자본의 하청기업이 되어버린 대학의 현실에 좌절해 자퇴했다. 그는 진리도 우정도 없고, 돈과 출세만 남아 있는 대학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서열의 정점에 있는 학교 학생들이 그렇게 고민을 토로할 때까지 그저 지켜보기만 했던 입장에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물론 이 작은 돌멩이들이 저 강고한 입시제도와 서열체제에 얼마나 상처를 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만큼 패배의식이 깊다. 김예슬씨가 자퇴했을 때도 잠시 파문만 일었을 뿐, 교육당국과 대학의 행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뜻은 좋지만 섣부르다느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느니 따위의 뒷공론만 무성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김예슬씨의 자퇴와 이번 서울대생의 자퇴 사이에는 충격적인 사건이 많았다. 카이스트 학생 5명은 물론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4명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실 자퇴보다 더 극단적인 방법으로 지금 대학의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있어온 것이다.
제기되는 문제도, 단순히 대학의 본령에 대한 성찰을 넘어 입시제도와 서열화, 대학의 기업화와 학벌사회 등 사회 전반의 문제로까지 확장됐다. 결국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불공정과 뒷세대가 감당해야 할 가혹한 부담까지 도마에 올랐던 것이다. 물론 이들 문제는 양심적인 시민사회가 제기했던 것들이긴 하다. 하지만 이들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그 결과 피해자라 할 학생들이 직접 나서기 시작했고, 이는 전선과 주체를 근본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이제 행동은 대학 진학층의 대학입시 거부 운동, 그리고 대학 재학생들의 대학 거부 운동으로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아직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변혁운동의 상징으로 꼽히는 68혁명도 대학생과 고교생에 의해 촉발됐고 확산됐다. 지금 서구를 뒤흔들고 있는 체제 변혁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도 미래를 잃어버린 젊은 세대다. 우리 젊은이들은 불투명한 미래 이외에, 서열화 교육과 학벌사회라는 무거운 짐까지 안고 있다. 이에 대한 혁신과 변혁이 선행되지 않고는 더 큰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을 기성세대는 무겁게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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