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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센인 단종·낙태 학살, 국가 스스로 책임져야 |
이청준 소설 <당신들의 천국>은 한센인들이 당한 참혹한 차별과 폭력을 고발한다. 어떠한 선의라도 일단 거부하는 한센인의 태도는 일제 때부터 계속된 인권유린에서 비롯됐다. 2008년에야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과 한센인 생활지원 특별법(한센인특별법)이 시행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한센인들이 참다못해 어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런 까닭이었다.
소송 제기자는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소록도국립병원 등 한센인 정착촌에서 이루어진 강제 정관수술(단종)이나 강제 낙태수술 피해자다. 유전 질병도 아니고, 완치됐는데도 정부는 일제 때 정책 그대로 단종·낙태를 강제했다. “몇 푼 보상이 아니라,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지난날들이 억울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는 피해자의 말에 그런 사정이 잘 담겨 있다.
사실 한센인들에게 우리는 일본만도 못한 정부였다. 일본은 2001년 자국의 보상법에 따라 일제 때 피해자에게 일부 보상을 했지만 우리는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한센인 차별 실태를 조사하고, 피해보상과 생활지원 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후 제정된 한센인특별법은 국가배상 의무나 보상금 지급 규정이 없는 허울뿐이었다. 2009년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
한센인의 고통은 단종·낙태만이 아니다. 한센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제도화함으로써, 이들은 학살에 희생돼도 보호받지 못했으며, 완치되어도 사회에 돌아갈 수 없었다. 그 결과 저들은 스스로 일군 간척지를 1964년 국가에 강탈당했고(오마도 사건), 소록도병원 84인 학살사건, 비토리섬 학살사건 등을 겪었다. 단지 한센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국가로부터 짐승 취급을 받았다.
배상소송이 제기된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국가가 먼저 사죄하고 피해를 보상했어야 했다. 속히 한센인특별법을 전면 개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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