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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본질 벗어난 박원순 후보 병역특혜 시비 |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의 병역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세가 집요하다. 나경원 후보뿐 아니라 홍준표 대표, 신지호 의원 등이 연일 나서서 “박 후보가 1969년에 작은할아버지 양손으로 입양된 것은 병역을 면탈하기 위한 의도”라며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
한나라당의 공세를 보면 우선 몰염치, 안면몰수, 적반하장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대통령부터 시작해 줄줄이 군 면제자투성이인 ‘병역기피 정권’이 병역 문제로 남을 손가락질하는 것부터 역설적이다. ‘3대 독자’로 6개월 방위 복무를 한 남편을 둔 나 후보가 ‘육방’을 공격하는 것도 쓴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어차피 염치와 체면 따위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정권 아닌가. 그렇지만 도덕성 검증이라는 이름을 빌려 무분별한 ‘신상털기’에 혈안이 된 한나라당과 일부 친여 언론의 태도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안의 초점은 우선 박 후보의 양손 입양이 애초부터 박 후보의 현역 입영 기피를 목적으로 이뤄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대목을 두고는 양쪽의 공방이 치열하다. 심지어 일제 강제징용의 시점이 언제부터인가를 놓고 때아닌 역사 논쟁이 벌어질 정도다. 박 후보의 부모가 13살 난 아들의 병역 문제까지 미리 손쓸 정도로 ‘준비성 있는’ 부모들이었는지도 고개가 갸웃거려지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손 입양에 박 후보 본인의 의사가 얼마나 작용했는가 하는 점이다.
공직자 후보에 대한 도덕성 검증의 목적은 그가 공직을 맡기에 부적절한 처신을 한 적은 없는지, 도덕적 판단 능력은 어떠한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백보를 양보해 박 후보의 양손 입양 절차 등에 흠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박 후보의 공직자 적격성 여부와는 무관한 일이다. 상식적으로 13살 난 소년이 자신의 병역혜택을 노려 양손으로 입양됐으리라고는 추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본질에서 벗어난 무의미한 다툼일 뿐이다.
박 후보의 병역특혜 시비가 이처럼 커진 것은 박 후보 쪽의 서투른 대응 탓도 크다. 경위야 어찌됐든 본인이 양손 입양으로 병역혜택을 본 측면이 있는 만큼 시인할 것은 솔직히 시인하고 유감을 표명했어야 옳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박 후보의 대응에 말꼬리 잡기식 공세를 계속하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결코 용납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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