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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비 넘긴 리비아 사태, 진정한 국제공조 선례 되기를 |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결국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아랍의 봄’ 기운 속에 지난 2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 8개월여 만이다. 42년 세월을 군림해온 독재체제를 무너뜨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 마침내 리비아는 일단 새 출발의 기회를 맞게 됐다. 중동 민주화의 연장선상에서 아랍 민중이 엮어낸 또 하나의 승리로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민간인 보호를 호소한 유엔과 이를 명분으로 직접 무력 개입에 나선 서방도 국제공조를 통한 민주화 지원이라는 나름의 성공모델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간단치 않다. 반카다피 진영의 이번 승리가 순조로운 리비아의 앞날을 보장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서둘러 새 헌법을 만들고 정부를 구성해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고, 흩어진 민심을 모아 파괴된 사회기간시설들을 하루빨리 복구해야 한다.
그러나 시위 초기부터 드러났듯이 리비아 사회의 부족 간 반목은 뿌리 깊다. 정치적으로 카다피 쪽과 반카다피 쪽, 지역적으로 크게 서부와 동부로 나뉘어 내전을 치르면서 균열은 더 깊어졌다. 이 균열을 치유하지 못하면 정부가 구성되더라도 다양한 지역 할거 무장세력들이 리비아 재건을 좌절시킬 수도 있다. 내전 과정도 그랬지만 이 문제도 리비아가 자체 힘만으로 해결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카다피 축출에 결정적인 구실을 한 미국과 프랑스·영국 등 서방이 새로운 리비아 건설의 성패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구성에서부터 석유 생산·판매체제 재정비, 토목사업 등 리비아 재건사업에 대한 서방의 입김은 더욱 세질 것이다. 서방의 무력 개입은 자신들의 석유 이권 및 그 결제체제 보호 등을 겨냥한 것이었다는 비판과 우려들이 개입 초기부터 있었다. 그리고 서방은 유엔 결의가 한정한 순수 시민보호 범주를 넘어 사실상의 내전 당사자가 돼 개입 대상국의 정치적 장래까지 좌우하는 월권을 행사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자기 이익을 앞세운 개입은 본래 목적을 손상하고 왜곡할 수밖에 없다.
서방은 국제사회의 이런 우려를 새겨들어야 한다. 이번 개입이 앞으로 유사사태들에 대한 서방의 잘못된 개입의 선례가 되게 해선 안 된다. 그러자면 리비아의 재건 과정에 유엔이 더 많은 구실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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