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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카드사의 탐욕과 당국의 무신경이 부른 ‘카드 대란’ |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라는 자영업자들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음식점에 이어 숙박업, 학원, 안경점에 유흥업소, 병원까지 가세했으며, 일부에선 대규모 집회를 추진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앞서 중소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을 1.8% 수준으로 내리기로 한 바 있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업종에서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라는 요구가 증폭되는 까닭은 수수료율 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수수료율 체계를 점검하겠다고 나섰지만, 그동안 신용카드사의 탐욕과 금융당국의 무신경이 가맹점과의 카드 대란을 자초한 꼴이다.
우리나라는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절할 수 없고 수수료율은 카드사가 결정하도록 돼 있다. 정부가 거래 투명성을 위해 카드 보급에 앞장선 결과다. 가맹점들은 각각 다른 카드를 소지한 고객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통상 모든 신용카드사들과 계약을 맺는다. 카드사가 우월적 지위를 갖고 수수료율을 결정하므로 가맹점들로선 잊을 만하면 한번씩 들고일어날 수밖에 없다. 시장 논리에만 맡겨둘 수 없는 이유다.
카드사들은 업종별 수수료를 매출 규모, 수익 기여도, 대손율 및 민원 발생 빈도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한다. 카드사에 매출과 이익을 많이 가져다주면서 연체율이 낮은 업종일수록 수수료를 깎아주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업종은 수수료율이 4.5%에 이르고 같은 업종 안에서도 종합병원과 일반병원, 가축병원의 수수료율이 다르다. 요율 실태를 보면 교섭력이 약한 중소가맹점을 차별하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신용카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지급수단이다. 외상결제를 하려면 누군가 신용공여를 해야 하고, 카드 발급부터 결제 과정, 정산작업 등에 비용이 든다. 게다가 카드사들은 포인트제 같은 혜택을 통한 경쟁으로 거래비용을 불린다.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맹점에서 카드사들이 애꿎게 비용을 전가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근본적으로 신용카드에 편향된 국내 카드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 수수료율을 낮추고 가계 빚을 줄이기 위해서도 은행계좌 잔액 범위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 비중을 소득공제 유인 등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카드사 스스로 거래비용이 많이 드는 신용카드 발급을 자제하고 체크카드를 보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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