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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01 19:16 수정 : 2011.11.01 19:16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의 85호 타워크레인에 오른 건 올해 1월6일 새벽이었다. 높이 35m의 아찔한 타워크레인 위에서 그는 혼신을 다해 ‘한진중공업의 부당 정리해고를 철회하라’고 외쳤다. 유난히 혹독했던 지난겨울과 봄, 여름, 가을을 맨몸으로 버텼고 어제 고공농성 300일째가 지났다. 이제 그 앞에는 다시 모진 겨울의 칼바람이 불어닥치려 하고 있다.

김진숙의 300일은 우리 사회의 천민자본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이땅에서 노동이 얼마나 무시당하고 있는지, 정부와 기업, 보수언론이 얼마나 강고한 이익동맹체인지 보여주는 징표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는 회사 쪽이 주장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는 거리가 먼 폭력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런 탓에 지난달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여야 만장일치로 권고안을 마련했고,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권고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이후 진행된 몇 차례의 노사교섭에서 회사 쪽은 노조가 요구한 ‘해고기간 근속연수 인정, 퇴직금 재산정 및 학자금 지급’ 등의 요구를 거부하고, 되레 김 지도위원의 사과문을 요구하는 등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때 한진중공업 사태에 열을 올렸던 주류 정치권의 관심도, 조 회장에 대한 보수언론의 질타도 슬그머니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지만 김진숙의 300일은 인간과 노동의 가치를 회복하려면 어떤 투쟁과 연대가 필요한지 가르쳐주는 교과서이기도 하다. 지난 6월부터 모두 다섯 차례 출발한 ‘희망버스’는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 부당해고와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향한 연대와 희망의 힘을 생생하게 확인시켜줬다. 그것은 1%의 탐욕에 대한 99%의 정당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아직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오는 26일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부산으로 6차 희망버스는 시동을 걸 수밖에 없다.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결법은 자명하다. 권고안을 수용한 조 회장이 실질적 책임을 지고 노조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중앙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도 국회 권고안의 취지가 관철되도록 협상을 적극 중재해야 하며 노조 역시 타협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제는 김진숙이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오게 하자. 김진숙이 그곳에서 겨울을 두 번 나게 하는 것은 인간과 노동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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