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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축은행 비리 몸통, 못 밝혔나 안 밝혔나 |
검찰이 어제 대검 중앙수사부와 전국 5개 지검에서 8개월 넘게 진행해온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부산저축은행에서만 6조1000억원의 불법대출을 확인하고 1조395억원의 대주주·경영진 재산을 확인하는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해 애썼다는 자랑도 곁들였다. 그러나 검찰의 이런 발표에 박수를 보낼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용두사미 결과에 역시나 ‘무능검찰’ ‘정치검찰’이라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이 사건 수사는 초기부터 부실 논란에 휘말렸다. 캐나다로 달아난 거물 로비스트 박태규씨 수사에 진척이 없자 이명박 대통령마저 “박씨는 못 데려오는 것이냐 안 데려오는 것이냐”고 질타할 정도로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찔렀다. 우여곡절 끝에 박씨가 귀국해 구속기소됐지만 결국 비리의 몸통은 밝혀내지 못했다. 박씨가 로비 명목으로 부산저축은행 쪽으로부터 15억원을 받은 사실은 밝혀냈지만 로비자금으로 확인한 것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건넸다는 1억3000여만원이 전부다. 나머지는 박씨가 개인 생활비나 언론인 촌지 등으로 사용했고, 남은 5억여원은 압수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삼화저축은행 비리 사건도 마찬가지다. 애초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의 동생 박지만씨가 신삼길 회장을 면회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이고, 박씨의 부인 서아무개씨도 고문변호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개인적 친분 이상 드러나는 게 없다”는 게 검찰 해명이다. 박근혜 의원이 “본인이 밝혔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쐐기를 박은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적극적으로 수사를 벌인 흔적은 찾기 어렵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통영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를 서울구치소로 이감시켜 7개월여 동안 모두 73차례나 소환조사하면서까지 공을 들인 한명숙 전 총리 정치자금 수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대검 중앙수사부의 명예를 걸고 진행했다는 수사치고는 졸작이 아닐 수 없다.
어렵게 모은 돈을 저축은행에 맡겼다가 날리게 된 후순위채권자 등 저축은행 사건 피해자는 줄잡아 2만명을 훨씬 넘는다. 대부분 서민층이다. 검찰이 저축은행 대주주 등으로부터 찾아냈다는 1조여원으로는 피해 변제에 턱없이 부족하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관계당국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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