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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02 18:58 수정 : 2011.11.02 18:58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어제 ‘증거 불충분으로 관련자를 모두 무혐의 처리한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오래전부터 예상해온 바지만 경찰의 한심한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 수사결과다. 눈치보기, 무능, 책임회피 등 경찰의 총체적 병폐가 한꺼번에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애초부터 너무나 윤곽이 선명한 사건이었다. 경찰이 어느 정도 수사의지만 있었다면 실체적 진실을 쉽게 밝혀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처음부터 한나라당과 한국방송 눈치보기로 일관했다. 사건이 결국 미궁에 빠진 것은 경찰 스스로 불러온 일이기도 하다.

경찰은 민주당 회의 녹취록을 공개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서는 단 한차례 소환조사도 하지 못한 채 서면조사만으로 끝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서 문건을 받았다”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식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도청 당사자로 의심받은 한국방송 장아무개 기자가 내놓은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를 잃어버렸다”는 주장 역시 누가 봐도 의도적인 증거인멸 혐의가 짙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는 따위의 하나 마나 한 말만 되풀이하다가 맥없이 주저앉았다. 집회·시위 등 시국사건에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참가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집요한 모습에 비하면 참으로 어이없는 수사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이 이러고도 수사권 독립 따위의 말을 입 밖에 낼 염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 사건은 물증 확보가 어렵다고 해도 지금까지 드러난 수많은 정황증거만으로도 사법처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다. 문제는 사법기관의 의지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의 태도가 주목되는 이유다. 범죄행위를 저질러놓고도 발뺌과 우기기만 하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도 검찰은 이 사건을 흐지부지 넘겨서는 안 된다.

한국방송은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만세를 부를지 모른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한국방송이 도청 의혹에서 벗어났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지난 7월 한국방송 노조의 자체 조사에서도 ‘회사 쪽의 입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응답이 96%에 이르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순간 진실을 덮고 갈 수는 있지만 영원히 덮을 순 없다는 진리를 한국방송은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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