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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실성도 진정성도 의심스러운 한나라당 쇄신 움직임 |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747 공약’ 폐기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고 본격적인 쇄신운동에 나섰다. 때맞춰 여권에서는 중앙당 폐지, 비례대표 국민공모제, 부유세 도입 추진 등 각종 아이디어도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10·26 재보궐선거로 확인된 민심 이반을 되돌려 보려는 안간힘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권이 진정으로 환골탈태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의 답은 부정적이다. 여권 변화의 핵심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 대통령의 변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독선과 고집이 꺾일 조짐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어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통령께서 국가 이익을 위해 해외에 머물고 있는 동안에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으로 한껏 들떠 있을 이 대통령의 귀에 쇄신파들의 요구사항이 들릴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자체의 변화 동력이 충분해 보이지도 않는다. 쇄신 요구를 두고 벌써부터 당내 갈등과 분란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점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쇄신파들 스스로도 쇄신을 외치기에는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다. 상당수가 당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데다, 서울시 주민투표와 재보선 등을 거치며 당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데도 아무런 구실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쇄신파 연판장에 서명한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쇄신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사람들마저 눈에 띈다. 전교조 명단 공개 등으로 색깔론 공세의 선봉에 서온 조전혁 의원 등은 대표적인 예다.
쇄신파들은 이 대통령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적당히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후통첩’이니 ‘특단의 대책’이니 하는 말들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상황을 돌파할 현실적 실행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참으로 의문이다. 쇄신운동이 이번에도 결국 ‘찻잔 속의 폭풍’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내놓은 중앙당 폐지나 국민참여 경선을 통한 비례대표 공모제 등의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사고방식의 진정한 변화보다는 보여주기 이벤트 식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확연히 보여준다. 한나라당이 갈 길은 아직도 멀어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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