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5 19:53
수정 : 2005.07.15 19:54
사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모두 650만명 규모의 대규모 사면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서도 핵심은 불법 대선자금과 각종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까지 사면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대목이다.
이번 사면은 꼭 10년 전인 1995년 8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했던 대규모 특별사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김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초반 최대 치적으로 꼽혔던 사정의 결과를 모두 무위로 돌리면서 각종 권력형 부정·비리 사건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안겨줬다. 그 때의 명분 역시 광복 50돌을 맞아 과거를 털고 국민통합의 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그 때와 지금의 정치적 상황이 닮은 것도 묘하다. 지금 여당이 재·보선 참패 등으로 휘청이고 있는 것처럼 당시 여당인 민자당은 지방선거 참패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당시 특별사면이 이반된 민심을 다독이고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난국 돌파용’이었던 것처럼 이번 사면 역시 정치적 의도가 없을 리 없다.
그러면 이번에 비리 정치인까지 포함시켜 대규모 사면을 시행하면 국민 대통합이 이뤄지고 나라가 새 출발을 할 것인가. 그 해답은 역사를 조금만 뒤돌아보면 자명해진다. 나라는 사면과 관계없이 그 뒤 더욱 분열됐고, 부정부패는 확대재생산됐다. 잡아가두기 바쁘게 풀어주고 용서해주는데 어찌 법치가 뿌리를 내리고 나라가 제대로 서겠는가.
게다가 이번 사면 대상자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까지 포함될 것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불법 대선자금 수혜자는 노 대통령이니 결국 노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죄를 용서해주는 셈이다. ‘과거 관행과의 결별’을 최대의 표어로 내건 노 대통령이 사면권 남용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오히려 재생산하고 있으니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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