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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5 19:55 수정 : 2005.08.25 20:28

사설

서울 고등법원이 어제 간첩으로 몰려 16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함주명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했다. 간첩죄를 인정한 판결이 재심을 거쳐 뒤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무고한 사람을 고문해 간첩으로 몬 사실을 법원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의미가 크다.

고문을 받아 간첩으로 몰렸음이 뚜렷한데도 아직 재심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1980년 이른바 ‘재일동포 간첩사건’에 연루돼 15년형을 받은 신귀영씨는 94년부터 당시 유죄로 인정된 증거가 거짓임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모아 재심을 청구했으나 대법원에서 두 차례나 기각당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고문으로 조작한 것이라고 밝힌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피해자들은 2003년 초 재심을 청구했으나 심리가 1년 8개월이나 미뤄지다 다음주에야 재개된다.

함씨의 경우는 누명을 벗기가 그나마 쉬웠다고 한다.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99년 붙잡혀 그를 고문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런 명백한 무죄 증거가 있음에도 함씨의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는 데 3년, 무죄 판결까지는 5년이 걸렸다. 고문조작 의혹을 받는 사건을 재심에 부치는 데 법원이 이렇게 소극적인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고문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가장 잔인한 파괴 행위다. 비록 함씨가 이번 판결로 누명을 벗었다고는 하나, 사악한 권력에 짓밟혀 희생된 지난날을 결코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함씨와 같은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법원은 재심 기회를 확대하고 잘못된 판결을 용기있게 고쳐야 한다. 11월에 출범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도 조사범위를 넓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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