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경비원 최저임금 유예는 고용부 직무유기다 |
아파트 경비원으로 대표되는 감시·단속직(감단직) 노동자의 한숨이 깊어지게 됐다. 고용노동부가 내년부터 감단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의 100% 이상을 지급하도록 한 대통령령의 시행을 2015년으로 미루겠다고 어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0여만명의 감단직 노동자는 내년에 최저임금의 90%만 받아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됐다.
감단직 노동자에게 2012년부터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2006년 사회적 합의로 결정된 사항이다. 2007년 최저임금법 시행과 함께 이들도 최저임금 대상이 돼야 했지만, 즉각적인 시행이 가져올 부작용을 염려해 단계적 현실화라는 예외적인 길을 택한 것이다. 그런 만큼 지난 5년 동안 고용부는 사회적 합의가 차질없이 실행될 토대가 갖춰지고 있는지 면밀히 따지고,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보완·조정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고용부는 사실상 수수방관만 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최저임금이 보장되면 고용이 감소한다”며 시행 시기를 3년이나 미뤘다. 정부 스스로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부인한 것이자 직무유기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내년에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감단직 노동자의 고용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아파트단지에선 관리비 상승을 우려해 경비원 해고와 함께 무인경비 시스템 전환 움직임이 나타났고,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는 지금처럼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해달라는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실직을 염려한 경비원들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대신 청원서명을 받는 안타까운 광경도 빚어졌다.
하지만 경비원들의 실직 우려를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을 늦추는 것은 명백하게 앞뒤가 뒤바뀐 일이다. 고용부는 애초 계획대로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일부에서 해고 움직임이 나타나면 고용보험기금을 통한 직접 지원 등에 나서는 게 올바르다. 최저임금 자체도 가뜩이나 낮은데 그보다 더 열악한 임금을 제도적으로 용인하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라는 강요나 다름이 없다.
아파트 주민회도 최저임금 적용에 따른 관리비 인상이 어느 정도 부담이 되겠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껴안는 배려의 자세를 갖도록 하자. 가뜩이나 날씨도 추워지는데 경비원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겨울을 맞도록 하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겠는가.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