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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07 19:10 수정 : 2011.11.07 19:10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방문 때 주요 연설문과 발언문을 미국의 연설문 전문업체에 적잖이 의존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워싱턴에 있는 웨스트윙라이터스라는 업체에 4만6500달러(약 5100만원)를 주고, 미 상공회의소 연설문, 미 의회 합동 연설문, 백악관 발언문 등 크게 3건의 초안 작성과 수정 등을 맡겼다고 한다.

대통령의 외국 방문 연설에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외교 철학과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한다. 아울러 해당 나라와의 양자관계에서 제기되는 현안들에 대해 우리의 국익을 당연히 주장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상대가 누구이든 우리나라가 좋은 벗이 되어 잘 협력하는 방도를 제시할 필요도 있다. 대통령의 연설문에 그 시점의 우리 국익을 응축해서 담아야 하는 것이다.

웨스트윙라이터스는 미국 정치권이나 기업체 등이 필요로 하는 연설문을 작성해주는 업체라고 한다. 미국 전문업체인 만큼 미국의 정치문화를 좀더 잘 알 터이다. 가령 외국 정상이 미국 조야로부터 환영받으려면 어떤 내용과 표현을 연설에 담는 게 유리할지를 자문해주는 데 제격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업체가 우리 대통령이 견지해야 할 철학과 가치, 그 시점에서 우리의 국익을 얼마나 이해할지는 참으로 의문이다. 주미 대사관이 현지 업체로부터 부분적인 조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원고의 초안 작성과 전략적 방향 조언, 초안의 수정 작업까지 거의 모든 작업을 일괄해 계약한 처사가 부적절한 이유다.

청와대는 주미 대사관 것은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하기 위해 여러 기관에서 받아보는 초안의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와 주미 대사관은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해 으뜸가는 주무기관이다. 당연히 주미 대사관이 외교부를 거쳐 보낸 초안은 최종 연설문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중요한 업무를 외국 업체한테 맡기고 말았다니, 우리 외교관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외교관들이 국익을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나름대로 번민하며 분투하리라고 믿어온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처사다.

현 정부 들어 ‘미국 몰입’ 위주 외교의 폐해가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주미 대사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미 의회에서 빨리 통과시키겠다고 미국 업체에 돈을 주고 로비를 시키기도 했다. 외교관들의 영혼을 잃은 듯한 행태가 끝을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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