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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곡동 땅’, 국민이 잊기만을 기다리는 것인가 |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땅’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한 것은 단 한 차례다. 지난달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쳐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저 문제는 대통령실장을 중심으로 빠른 시간 내에 전면 재검토해 결론을 내려달라”고 말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유일한 공식 발표다. 대국민 사과 요구가 빗발쳤으나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개인 돈과 나랏돈을 멋대로 섞어 사들인 이 땅을 어떻게 처리할지 등에 대한 ‘결론’ 역시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엊그제 열린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대통령의 내곡동 땅 사과 문제에 대해 “여론의 지적을 받은 다음에 백지화했다. 그 문제를 사과하는 것은 글쎄…”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과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이 대통령의 아집은 여전하다. 청와대 정무수석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민심의 소재를 면밀히 살펴 정무적 판단을 내리는 일인데 김 수석은 이 대통령의 심기만 열심히 읽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돌격명령’ 편지를 보내는 따위의 일에만 골몰할 뿐 정작 여론 다독이기 등의 정무판단 기능은 마비돼버렸다.
청와대의 희망과는 달리 내곡동 땅의 상처는 결코 쉽게 아물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기에는 국민이 받은 충격과 배신감이 너무 크다. 이 대통령이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나 ‘엄중한 국사’를 이야기할 때마다 많은 서민은 개인 땅을 사는 데 나랏돈까지 끌어들인 대통령 가족의 부적절한 처신을 떠올리며 냉소한다. “퇴임 후 가난한 사람들의 성공을 돕겠다”는 이 대통령의 다짐도 청와대의 재테크 기술 앞에 코미디가 돼버렸다. 청와대는 내곡동 땅이 국민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 간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착각일 뿐이다.
한나라당에도 내곡동 땅은 기필코 벗어나야 할 굴레다. 이 사안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어떤 변화나 쇄신도 국민의 눈에는 속 빈 강정일 뿐이다. 민주당이 내곡동 땅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해놓고 후속조처를 취하지 않는 것도 비판받을 대목이다. 내곡동 땅 문제는 단순히 야당의 정치적 호재 차원을 뛰어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해온 ‘정치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해 놓고 할 일 다 했다고 손을 놓아버렸으니 딱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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