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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0 18:47 수정 : 2005.01.20 18:47

지율 스님의 단식이 팔십일을 훌쩍 넘어 백일을 향해가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천성산 관통노선 무효화 소송 2심 판결이 나온 지난해 11월29일은 스님의 네번째 단식이 58일째 되는 날이었다. 결과는 패소였다. 스님과 함께했던 많은 단체와 사람들은 포기하고 흩어져 갔다. 하지만 스님은 기약없는 단식을 홀로 계속해 왔다.

누군가는 우리가 사는 지구를 ‘어쩔 수 없잖아요 별’이라고 불렀다. 세상사는 원칙과 어긋나는 일투성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원칙을 주장하고, 그것이 어긋나는 데 저항하지만, 얼마 안 가 포기하고 용인하고 만다. “어쩔 수 없잖아요.”

이런 세상에서 포기하지 않고 원칙을 주장하는 지율 스님은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관통노선 백지화를 공약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취임했지만, 관통공사가 강행되는 걸 보며 지율 스님의 첫번째 단식이 시작됐다. 그래서 구성된 것이 노선재검토위원회였다. 그러나 이 위원회에는 정작 지율 스님과 천성산대책위는 포함되지 않았다. 위원회가 터널노선 강행이라는 결론을 내린 뒤 시작된 두번째 단식은 무효소송 소송인단 20만명의 서명 확보로 겨우 중단됐다. 계속되는 공사로 시작된 세번째 단식에 정부가 환경영향 공동 전문가 조사를 약속했으나 그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환경부가 고작 사흘 동안 자체조사를 벌인 뒤 공사 강행을 결정한 것이다. 철도시설공단이 조사를 반대하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판결도 말하자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국책사업을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더 큰 힘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지율 스님이 지키고자 하는 ‘생명 논리’를 ‘개발 논리’가 이긴 것이다. 스님은 그런 현실을 무릅쓰고 뭇 생명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 놓고 있다. 가냘픈 혼자 몸으로 거대한 개발의 논리를 버티고 있다. 그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 그를 살리고 천성산의 생명을 살릴 것인지, 스님과 천성산의 뭇 생명들을 잃고 나서야 뒤늦은 교훈을 얻을 것인지, 우리 사회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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